여덟 해를 걸어온 길
곁님이 엊저녁에 문득 말한다. 우리가 함께 산 지 여덟 해가 된 날이 어제오늘 사이가 아닌가 하고 묻는다. 기념일을 따로 안 챙기는 우리는 혼인신고를 한 날도 잊고 지냈는데, 그러고 보니 어제나 오늘이 혼인신고를 한 날이로구나 싶다. 서로 어떤 삶줄이 닿아서 함께 사는가는 아직 알 길이 없으나, 서로 배우고 가르치면서 보살피고 아끼는 숨결을 나누라는 뜻으로 이렇게 이 집에서 두 아이하고 아침저녁을 맞이하지 싶다. 늘 웃고 노래하자는 다짐을 아직 제대로 지키지 못하지만, 지난 여덟 해를 돌아보면, 차츰 웃음도 노래도 늘어나지 싶다. 남이 불러 주어야 부르는 노래가 아니고, 남이 웃겨 주어야 웃는 삶이 아니다. 스스로 웃으면서 웃음이 퍼지고, 스스로 노래하면서 노래가 번진다. 고마운 여덟 해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나날도 고맙게 열어야지. 4348.6.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