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37. 호이호로롱새



  요 한 달쯤 앞서부터 우리 집 마당으로 아침과 낮마다 찾아와서 노래하는 새가 있다. 이 새는 후박나무에 앉아서 노래하는데, “호이 호이 호로롱” 하는 소리를 구성지게 낸다. 어떤 새일까 하고 이름이 궁금하다고 여기면서도 좀처럼 이름을 알아내지 못한다. 이러던 어느 날 문득 생각한다. 내가 아이하고 이름을 알맞게 지어서 가리켜도 되지 않을까? 굳이 도감이나 책에 나오는 ‘표준 이름’으로 알아야 할 까닭이 없다. 고장마다 숱한 고장말이 있어서, 풀이며 나무이며 벌레이며 짐승이며, 다 다른 이름으로 가리킨다. 그러니, 내가 내 삶자리를 보금자리로 가꾼다면, 우리 집으로 찾아오는 새라든지 우리 집 둘레에서 마주하는 풀이랑 나무랑 벌레랑 짐승한테 ‘우리 집 말’로 이름을 붙일 수 있다. “호이 호이 호로롱” 하고 노래하는 새이니 ‘호이호로롱새’로 이름을 붙여 본다. 그리고, 이런 이름으로 가리키자고 생각한 날 아침에, 이 새가 ‘휘파람새’라고 하는 줄 알아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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