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거드는 손길



  온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서 곯아떨어지는 날이 있다. 이런 날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문득 잠이 설핏 깨다가 스르르 다시 잠이 드는데, 신나게 자고 일어나 보니 잔뜩 쌓였던 설거지가 모두 사라지곤 한다. 미처 치우지 못한 설거지를 거드는 손길을 느끼면 어깨가 홀가분하면서 고맙다. 고운 손길이 우리 집을 따사롭게 보듬는구나 하고 새롭게 생각하면서 다시금 기운을 차린다. 나는 씩씩한 살림돌이야, 하고 속으로 외친다. 4348.6.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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