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29] 밥아비



  부엌일을 맡아서 하며 밥을 해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때부터인지 부엌일은 가시내만 해야 하는 듯이 여겼기에, 부엌일을 하는 사람을 ‘부엌데기’라 하면서, 밥을 해 주는 사람을 ‘밥어미’라 했습니다. 이를 한자말로는 ‘식모(食母)’라고도 합니다. 오늘날에는 부엌일을 맡아서 하는 사내가 제법 있고, 밥짓기를 즐기는 사내도 차츰 늘어납니다. 그러면, 부엌일을 맡거나 밥짓기를 즐기는 사내를 두고는 어떤 이름으로 가리킬 만할까요? 부엌일을 놓고는 ‘부엌순이·부엌돌이’라 할 만합니다. 밥짓기를 놓고는 ‘밥어미·밥아비’처럼 쓸 만합니다. 밥을 좋아하며 잘 먹는대서 ‘밥순이·밥돌이’라 하는데, 밥을 즐겨 짓는 사람을 놓고도 ‘밥순이·밥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나는 곁님하고 아이들한테 밥을 지어 주는 ‘밥아비’나 ‘밥돌이’나 ‘부엌돌이’로 지냅니다. 어른으로서 밥을 지으면 ‘밥어른’이 되고, 아이들이 머잖아 스스로 밥을 지을 수 있다면 ‘밥아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4348.6.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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