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5.21.
: 휘파람 부는 자전거
자전거를 달린다. 자전거를 달리고 싶으니 자전거를 달린다. 자전거를 달려 어디까지 갈까? 가고 싶은 데까지 간다. 멀리 갈 수 있고, 바다에 갈 수 있으며, 골짜기에 갈 수 있다. 지지난해에는 더러 읍내까지 자전거로 달렸으나, 지난해에는 읍내까지 자전거로 한 번도 안 갔고, 올해에도 읍내까지 자전거로 갈 생각이 없다. 왜 그러한가 하면, 읍내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재미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너무 많다. 서울 같은 도시에 대면, 이 시골에서는 ‘자동차가 없다’고 할 만하지만, 시골에 자동차가 매우 드문 만큼, 좁은 시골길에서 너무 우악스럽게 달린다. 게다가 아이가 함께 탄 자전거인데 생생 달리면서 빵빵거리는 자동차도 곧잘 스친다. 아이하고 함께 자전거를 달릴 적에는 되도록 시골 들길로만 달린다. 자동차는 안 다니는 논둑길로만 달리고 싶다.
우리도 자동차를 타야 할 적에는 탄다. 군내버스를 타고 시외버스를 탄다. 택시를 불러서 타기도 한다. 그러나, 타야 할 때가 아니면 굳이 탈 일이 없다. 자전거를 아이하고 천천히 달리면 바람내음이 온몸을 감싸면서 시원하다. 자전거를 아이들하고 함께 달리면 햇볕과 햇살과 햇빛이 골고루 스며들면서 따스하다.
자전거순이가 샛자전거에 앉아서 휘파람을 분다. 휘파람을 불고 싶다고 앙앙거리던 지가 아스라하다. 영화에서 휘파람을 잘 부는 아이를 본 뒤, 그러니까 다섯 해쯤 지난 일이지 싶은데, 그때부터 휘파람을 가르쳐 달라고 하던 큰아이인데, 거의 날마다 틈틈이 휘파람 불기를 하려고 입술을 오므리고 용을 쓴 끝에 올해부터 휘파람을 제법 잘 분다. 참말 스스로 하면 다 된다. 자전거도 스스로 타려고 해야 탈 수 있고, 휘파람도 스스로 불려고 해야 불 수 있다. 삶노래도 스스로 부르려고 해야 부른다. 사랑노래도 꿈노래도 스스로 가슴에 담아야 비로소 활짝 펼칠 수 있다. 자, 저 너른 하늘까지 신나게 달리자. 다만, 빨리 달리지는 않을 생각이야. 느긋하게 파란 바람 쐬면서 달리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