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거둔 컴퓨터 하나



  곁님이 쓰는 셈틀은 2007년에 형이 장만해 주었다. 이 셈틀을 2007년부터 아주 잘 썼다. 그런데 요 몇 달 사이에 자꾸 오락가락했고, 전원이 꺼져서 안 움직이는 일이 잦았다. 먼지를 쓸어내거나 이래저래 만지작거려도 나아질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읍내 컴퓨터집을 사흘에 걸쳐 두 차례 오가며 손질한 끝에 오늘 ‘숨을 거두었다’는 말을 들었다. 마더보드를 비롯해서 부품을 아주 많이 갈아야 하는데, 이처럼 오래된 부품은 헌것으로도 찾기 힘들지만, 새로 장만하느니만 못하다고 한다. 아무렴, 그렇겠지. 오랫동안 쓴 셈틀이니 이제 고이 쉴 때가 되었다.


  셈틀을 새로 장만하려면 50만 원이 든다. 은행계좌에는 이만 한 돈이 없고, 둘레에서 돈을 빌려야 겨우 새 셈틀을 장만하리라 본다. 누구한테서 돈을 빌려야 할까?


  읍내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길에서 생각에 잠긴다. 셈틀값을 장만하는 길을 생각하다가 문득, 1996년에 군대에 있을 무렵, 군대에서 셈틀을 조립으로 장만할 적에도 50만 원이 들던 일이 떠오른다. 4348.5.29.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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