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하고 몸
곁님이 쓰는 컴퓨터를 고치려고 읍내에 다녀온다. 도서관 손님을 받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서 짐을 챙겨 군내버스를 탄다. 작은아이는 군내버스에서 꾸벅꾸벅 잠들다가 버스에서 내려 곁님이 업으니 잠을 깬다. 읍내에서 먹을거리를 장만한 뒤 가방에 차곡차곡 담는다. 가방을 짊어지고 컴퓨터를 들 적에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막상 집으로 돌아와서 짐을 풀고 저녁밥을 차린 뒤에 몸에서 힘이 쪼르르 빠진다. 작은아이가 똥을 누었기에 밑을 닦고 오줌그릇을 치우는데, 여기에서 내 힘은 더 낼 수 없다. 몸이 더 견디지 못하여 아이들을 재우지 못한 채 먼저 쓰러진다. 마음하고 몸이 서로 다른 셈일까. 마음도 오늘 하루 힘들었다고 느낀 셈일까. 세 시간 즈음 끙끙거리면서 자리에 누우니 비로소 몸에서 새롭게 힘이 흐른다. 이제 부엌을 치워야지. 4348.5.2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