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무화과알한테



  아침저녁으로 뒤꼍에 올라 무화과나무를 바라볼 적마다 말을 건다. 얘, 무화과야, 네 고운 알을 너무 높은 곳에 매달지 말아 주렴. 그러면 아이들하고 따먹기 힘들어. 이렇게 말하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무화과나무로서는 우듬지에 꽃알을 매달고 싶은 마음일 수 있겠다고 느낀다. 말을 고친다. 얘, 무화과야, 높은 곳에 네 고운 알을 매달아도 돼. 얼마든지 따서 먹을 테니까. 낮은 자리에 매달면 아이들이 손수 따고, 높은 곳에 매달면 내가 너를 타고 올라서 따지.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한결 주렁주렁 잘 맺히는 무화과알을 아침저녁으로 기쁘게 마주한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도 무화과알은 토실토실 잘 맺는다. 4348.5.2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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