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34. 집밥



  날마다 집에서 밥을 먹는 우리 아이들은 밥상맡에 둘러앉아서 도란도란 말잔치를 누릴 뿐 아니라, 쉴새없이 마루를 가로지르거나 그림책이라든지 만화책을 뒤적이면서 논다. 젓가락이나 오이를 쥐고 논다. 풀포기를 입에 물고 논다. 밥 한 술을 뜨면 곧바로 새로운 놀이가 샘솟는다. 배가 고프다고 노래를 한 아이들이 막상 밥상맡에서 온갖 놀이를 하느라 밥술 뜰 생각을 잊는다. 몸에 넣는 밥보다 몸으로 짓는 놀이가 훨씬 즐거웁기 때문에 이렇게 놀 만할까? 내 어릴 적을 돌이킨다. 학교에서 도시락을 먹을 적에 나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노느라 바빴’다. 밥을 입에 넣을 틈조차 아깝다고 여겼다. 그러니까, 밥 한 술 입에 물고 뛰어놀아야 몸이 풀린다고 하는 셈이다. 집밥을 먹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놀이요 놀이에 놀이로구나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도록 놀고 거듭 논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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