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실 이야기 (귄터 그라스) 민음사 펴냄, 2015.5.1.
《암실 이야기》라는 소설책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귄터 그라스 님은 ‘글을 쓰려고 태어난 숨결’일 수 있겠구나 하고 느낀다. 나치 친위대원으로 일한 적이 있고, 전쟁 뒤 독일에서 사회정의와 진보에 몸을 바친 일도, 곰곰이 살피면 모두 ‘글을 쓸 바탕’이 되었구나 하고 느낀다. 글을 쓰려고 태어난 숨결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아마 ‘전쟁 미치광이 독일’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깊은 두멧시골로 들어가서 흙을 일구었으리라. 또는 독일군과 맞서 싸우다가 어느 싸움터에서 이슬처럼 사라졌으리라. 이 끌과 저 끝을 달리면서 긴 나날을 누린 발자국은 모두 소설로 태어난다. 그렇다고, 귄터 그라스 님이 ‘나치 친위대원’으로 있던 나날을 나무라려는 생각이 아니다. 나치 친위대원으로 지낸 나날이 있었기에 전쟁 뒤에 ‘내 바보스러움과 멍청함’을 뉘우치거나 깨달으면서 ‘아름다운 삶’으로 나아가겠노라 다짐할 수 있다. 나치 친위대원으로 지낸 나날이 있었기에 전쟁이 얼마나 바보스러우면서 멍청한가를 온몸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군대에서 뒹굴며 폭력에 시달리다가 ‘고참이 된 뒤 나도 그만 후임병한테 폭력을 휘두르는 바보짓을 저지르’고는, 나중에 이 철없고 딱한 짓에 얼굴이 붉어져서 다시는 그 같은 잘못을 안 저지르겠다 다짐하면서 삶을 곧게 추스르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모든 군대는 바보짓이다. 모든 전쟁무기는 멍청한 수렁이다. 《암실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는 따로 다루지 않고 ‘귄터 그라스 님이 낳은 여덟 아이’가 보낸 발자국을 다룬다. 귄터 그라스 님은 왜 여러 ‘아이 어머니’를 두어야 했을까? 왜 여덟 아이를 낳아야 했을까? 얼마나 흔들리면서 가녀린 나날을 겨우겨우 걸어왔을까? 4348.5.22.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 암실 이야기- 귄터 그라스 자전 소설
귄터 그라스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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