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워터 호스
제이 러셀 감독, 에밀리 왓슨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워터호스
The Water Horse : Legend Of The Deep, 2007


  ‘켈트’라는 삶을 이루는 사람들은 ‘워터호스’라고 하는 ‘물님’ 또는 ‘바닷님’을 보기 몹시 힘들다. 그렇지만, 켈트 겨레는 워터호스라고 하는 님(물님·바닷님)을 거룩하게 모시면서 고이 여긴다. 늘 바다를 옆에 끼면서 삶을 잇는 사람들은 바다를 너른 품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한국에서 한겨레라고 하는 이름으로 살아온 사람은 ‘미르’라고 하는 물님이나 하느님을 보기 매우 어렵다. 그러나, 한겨레는 예부터 미르라고 하는 님을 거룩하게 받들면서 고이 여긴다. 다만, 오늘날 같은 물질문명 사회에서는 미르를 그리려는 사람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도깨비라든지 지킴이를 살피려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느낀다.

  워터호스를 본 사람하고 보지 못한 사람은 서로 말을 섞기 힘들다. ‘괴물’이 아닌 ‘물님’을 본 사람하고 보지 못한 사람은 서로 마음이 다르기 마련이다. 가만히 보면, 눈부시게 쏟아지는 밤별을 본 사람하고 보지 못한 사람은 여러모로 다르다. 짙푸른 풀내음이 가득한 숲바람을 쐬는 사람하고 쐰 적 없는 사람도 여러모로 다르다.

  전쟁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온몸으로 겪은 사람이랑, 전쟁터에서 장교나 지휘관 노릇을 하면서 노닥거리는 사람이 있으면, 둘은 또 얼마나 다를까. 전쟁터에서 목숨을 거의 잃을 뻔하다가 살아난 사람하고, 전쟁영웅이 되려는 바보짓을 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둘은 또 얼마나 다르겠는가.

  군대나 전쟁무기가 있기 때문에 평화롭지 않다. 이쪽 나라도 저쪽 나라도 모두 군대나 전쟁무기가 아니라 ‘사랑’하고 ‘꿈’이 있어야 평화롭다. 나라를 지키는 힘은 사랑하고 꿈이다. 총이나 칼이나 탱크가 나라를 지켜 주지 않는다. 총이나 칼이나 탱크는 서로 윽박지르는 멍청한 몸짓을 보여줄 뿐이다.

  우리가 서로 동무나 이웃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내가 너한테 총을 겨누는데, 네가 나랑 동무가 될까? 네가 나한테 칼을 휘두르는데, 내가 너랑 이웃이 될까? 웃기지도 않는 소리이다. 아무렴, 그렇다. ‘사람’과 ‘워터호스’는 어떻게 서로 동무나 이웃이 될 수 있을까? 마음으로 아끼고 생각으로 그리면서 함께 짓는 사랑을 헤아릴 때에 두 넋은 비로소 동무나 이웃이 된다.

  영화 〈워터호스〉를 보면 합성화면이라든지 그래픽이 이모저모 어설프기는 하다. 아무래도 이런 대목을 조금 더 살피지 못해서 아쉽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첨단장비로 빼어난 솜씨를 보여주어야 하지는 않다.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영화이다. 이야기가 없는 책은 책이 아니요, 이야기가 없는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 〈워터호스〉에서는 전쟁이 얼마나 바보스럽고 멍텅구리와 같은 짓인가를 넌지시 보여주면서, 두 넋(사람과 워터호스라는 님)이 동무로 지내려면 어떤 마음이 되어야 하는가를 차분히 알려준다.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 사람만이 아름다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4348.5.22.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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