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한 바가지 작은아이
새벽 다섯 시 반 무렵 작은아이가 부시시 일어나더니 “콧물 나.” 하면서 부엌에 가서 마른천으로 코를 닦는단다. 그런데 “콧물이 자꾸 나와.” 하고 말한다. 콧물이 자꾸 나오다니? 어슴푸레한 새벽에 작은아이 몸짓을 살피고 얼굴을 보니, 얼굴이 뻘겋다. 저런. 코피로구나. 개수대 쪽으로 오도록 해서 낯을 씻긴다. 코피를 닦는다. 코피가 안 멈춘다. 어느 만큼 핏자국을 씻은 뒤 자리에 누인다. 휴지를 돌돌 말아서 코를 막는다. 왼손으로는 큰아이 이마를 쓸어넘기면서 오른손으로는 작은아이 가슴을 토닥인 뒤 이마를 쓸어넘긴다. “자, 자, 푹 자고 나서 일어나면 다시 튼튼하지. 코피쯤은 다 괜찮아.” 아무래도 어제 무척 많이 걸으면서 바깥마실을 다닌 듯하다. 게다가 어제뿐 아니라 그제도 그끄제도 잇달아 꽤 많이 걸어다녔다. 다섯 살 작은아이 몸으로는 많이 힘들었겠구나 싶다. 작은아이는 오늘 다섯째 돌을 맞이했는데, 다섯째 돌날 새벽부터 코피바람이네. 그래도 아침이 되니 코피는 다 멎는다. 코피로 얼룩진 이불과 깔개와 베개를 모두 새로 빨래한다. 코피가 묻은 옷도 빨래한다. 볕이 좋아 코피 자국은 말끔히 사라진다. 작은아이는 오늘 낮잠을 거르면서 참으로 씩씩하게 논다. 멋지네. 한 살 더 먹은 만큼 말도 많이 늘고 기운도 더 붙는구나. 4348.5.2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