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마음으로 책읽기



  나는 종교를 믿지 않습니다. 나는 종교를 바란 적조차 없습니다. 성경이나 꾸란이나 불경을 읽더라도, 종교가 아닌 삶넋을 헤아리려는 뜻으로 읽습니다. 누구 말을 빌지 않더라도, 종교라는 틀(질서)은 우리 마음을 옭아매면서 새로운 숨결로 가도록 북돋우지 않는 굴레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말에 예부터 ‘하느님’이 있던 대목을 언제나 새롭게 떠올립니다. 한겨레한테는 아무런 종교가 없습니다. 임금님한테는 유교이든 불교이든 내세워서 사람들을 억누르려고 한 정치권력이 있었겠지만, 여느 시골자락 수수한 사람한테는 종교도 권력도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없었습니다. 여느 사람은 누구나 가슴속에 사랑 하나를 씨앗으로 심어서 가꾸는 삶이 있었습니다.


  사람들 가슴에는 하느님이 있다고 느낍니다. 모든 사람들 가슴에는 하느님이 고요히 잠든 채 우리가 불러서 깨우기를 기다린다고 느낍니다. 우리 가슴에 고요히 깃들어 곱게 잠자는 하느님은, 우리가 불러서 깨우는 그날 싱그럽게 노래하면서 일어날 테고, 꽃으로 피어나면서 아름다운 숲노래를 들려주리라 느낍니다.


  책을 읽는 마음을 말한다면, 아무래도 ‘하느님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내 가슴에서 숨쉬는 하느님과 같은 사랑이 가득한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4348.5.2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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