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으로 달리고 싶은 마음
다섯 살 산들보라가 달립니다. 이제 산들보라는 어디에서나 저 앞으로 멀리 멀리 달립니다. 뒤도 안 보고 내처 달립니다. 아주 한참 달려서 아주 조그맣게 보이는구나 싶어서 큰소리로 부르면, 그제서야 뒤를 살짝 돌아보면서 “응?” 하고 대꾸합니다. 달리기를 잘하는 누나가 달라붙을까 봐, 또는 누나가 저보다 앞서 달릴까 봐 저만치 앞서 달리는구나 싶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참말 누나가 산들보라를 아주 조금이라도 앞지르면 꽥꽥 소리를 지르면서 저보다 앞으로 가지 말라고 막거든요.
몸도 크고 키도 크며 다리힘도 좋은 누나는 이제 저만치 혼자 앞서 달리지 않습니다. 작은아이는 앞으로도 저만치 앞서 달리면서 놀리라 느낍니다. 우리가 굳이 으뜸으로 달리지 않아도 되는 줄 느끼면,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모두 으뜸인 삶인 줄 깨달으면, 나란히 걸으면서 함께 노래하는 사랑스러운 이야기꽃을 피우는 재미를 나누겠지요. 4349.5.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