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꽃(국수나무꽃) 책읽기
해마다 이맘때에 숲이나 들에서 흔히 보는 고운 꽃송이가 있다. 찔레나무에 피는 꽃송이도 멀리 꽃내음을 퍼뜨리지만, 이 나무에서 피는 꽃송이도 무척 멀리 꽃내음을 퍼뜨린다. 그래서 숲길이나 들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달콤한 꽃내음을 맡으면서 ‘아, 나무와 바람과 흙과 해가 이렇게 곱구나’ 하고 생각한다.
찔레꽃은 시골살이 첫 해에 새롭게 알았고, 국수꽃(국수나무꽃)은 시골살이 다섯 해 만에 비로소 알아차린다. 그동안 왜 이 꽃을 알아차리려고 하지 않았을까? 오늘날에는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묻기만 해도 손쉽게 꽃이름을 알 수 있는데, 그동안 왜 국수꽃을 알아차리려고 하지 않았을까?
찔레꽃이 한쪽에서 흐드러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수꽃이 흐드러진다. 찔레꽃과 국수꽃은 누가 심었을까? 아마 멧새와 들새가 심었을 테지. 찔레알과 국수알을 먹은 멧새와 들새가 숲과 들 이곳저곳에 물찌똥을 누었기에, 흙이 까무잡잡하게 고소한 곳마다 찔레와 국수가 예쁘게 어우러지면서 오월 한 달을 아름답게 밝히겠지. 멧새야, 들새야, 너희가 국수알을 따먹고 물찌똥을 누어서 우리 집 뒤꼍에도 국수나무가 자라게 해 주렴. 4348.5.1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