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28] 춤짓



  온갖 말을 들려주면서 마음을 나타내려고 하는데, 도무지 내 말이 가 닿지 못하니, 손짓을 쓰고 발짓을 씁니다. 말짓과 글짓으로는 마음이 흐르지 못해 갖은 몸짓을 보여줍니다. 가만히 눈짓을 하면서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고, 기쁘게 춤짓을 선보이면서 웃음꽃을 피우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라도에서는 뻘짓을 말하기도 합니다. 엉뚱한 짓을 한대서 뻘짓인데, 바보짓이라고도 하겠지요. 갓난쟁이는 배냇짓을 합니다. 어른은 어떤 짓을 할까요? 어른은 저마다 어떤 삶짓으로 하루를 새로 지으면서 기쁨을 노래할까요? 술을 먹고 술짓을 하려나요, 담배를 태우며 담뱃짓을 하려나요. 새는 날갯짓을 하면서 훨훨 날고, 꽃은 향긋하면서 싱그러운 냄새를 퍼뜨리는 꽃짓으로 온누리를 곱게 어루만집니다. 숨을 고르게 쉽니다. 내 숨짓은 내 몸을 살립니다. 바람이 문득 붑니다. 바람짓을 느끼는 내 마음짓은 얼마나 푸근하거나 너른가 하고 돌아봅니다. 차분한 생각짓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따사로운 사랑짓으로 서로 아끼면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4348.5.1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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