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책을 읽다



  시골버스를 타려고 아이들과 35분을 걸어서 큰길로 나갔고, 시골버스를 탔으며, 버스에서 내려 다시 40분을 아이들과 걸어서 바닷가로 갔다. 바닷가에서 아이들이랑 놀다가 아이들이 스스로 놀도록 한 뒤 책을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바닷가 모래밭을 밟고 바닷물에 발을 적시면서 논다. 이러고 나서 아까 걸은 길을 거슬러 40분을 걸어서 시골버스 타는 곳으로 왔고, 시골버스를 탔으며, 면소재지에서 버스를 내리고는 우리 마을 앞으로 지나가는 버스를 새로 갈아타서 들어온다.


  버스를 탄 이야기와 걸은 이야기만 적은 듯한데, 바닷가에서 바닷바람을 듬뿍 쐬면서 책을 읽었다. 바닷바람을 쐬면서 책을 읽자니, 두 손과 책에 짠내가 배더라.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바닷가에서 책을 읽지 말아야겠다. 소금기 물씬 나는 바람을 맞다가 책을 다 버리겠더라. 4348.5.16.흙.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