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꽃마리가 피었습니다



  좀꽃마리가 핀다. 좀꽃마리를 보자면 좀꽃마리 키가 되어야 하고, 좀꽃마리 눈이 되어야 한다. 장미꽃을 보려면 장미꽃 키가 되어야 하며, 장미꽃 눈이 되어야 한다. 크고 소담스러운 꽃을 보려면 크고 소담스러운 빛깔과 숨결을 알아볼 수 있는 몸이어야 하고, 작고 앙증맞은 꽃을 보려면 작고 앙증맞은 빛깔과 숨소리를 알아차릴 수 있는 몸이어야 한다.


  좀꽃마리가 핀다. 작디작아 아이들조차 깜빡 놓치고 지나치기 일쑤인 꽃이 핀다. 좀꽃마리에 핀 사랑스러운 꽃을 알아보려면, 좀꽃마리가 멋지고 맛난 나물인 줄 먼저 알아야 한다. 새봄에 한 차례 훑어서 누릴 수 있는 반가운 좀꽃마리 나물을 늘 생각하면서 마음에 두어야, 비로소 이 꽃이 하나둘 옹기종기 피어날 적에 빙그레 웃으면서 ‘너 참 반갑네, 고맙네.’ 하고 고개를 까딱 숙이면서 큼큼 꽃내음을 맡는다. 4348.5.1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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