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기름 10리터



  엊그제 드디어 보일러 기름을 새로 넣는다. 인천에 사는 형한테서 살림돈을 얻었기에 넣을 수 있던 기름이다. 면소재지에 갈 적에 기름집을 들른다고 하다가 이레 남짓 자꾸 잊었다. 우체국 볼일을 마치고 자전거를 집으로 몰 즈음, ‘아, 기름집에 들른다고 하다가 또 잊었네’ 하고 떠올렸다. 게다가 면소재지 기름집은 수협 기름집이라, 주말에는 문을 안 열고, 여느 날에는 여섯 시가 넘으면 문을 닫는다. 비가 오는 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지도 못한다.


  수협도 농협처럼 공무원이라 할 만하다. 공무원을 마주하는 일이란 여러모로 만만하지 않다. 이들 얼거리(늦은 아침과 이른 저녁)에 맞추어서 찾아가야 하니까. 아무튼, 2월 23일에 200리터를 넣고 5월 8일에 다시 200리터를 넣었다. 올겨울은 이럭저럭 잘 났다고 느낀다. 그나저나, 2월 23일에 기름을 넣을 적에는 보일러 기름통에 10리터쯤 덜 차게 넣었다고 느꼈는데, 엊그제 기름을 넣을 적에는 우리가 시킨 대로 200리터를 꽉 채워서 넣었다고 느낀다.


  이를 어떻게 아는가? 기름통에는 기름줄이 있다. 기름이 얼마나 들었는가를 보여주는 눈금줄이지. 그러니, 이 눈금줄을 보면 기름을 얼마나 넣었는지 알 수 있다. 눈금줄이 뻔히 있으니 눈속임을 하면 다 알아챌 수 있는데, 시골에서는 눈속임을 하는 기름집이 많다. 수협 기름집에서도 더러 이런 눈속임을 느낀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하면, 눈금줄을 안 속이고 200리터를 꾹꾹 눌러서 넣어 주니 어쩐지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눈금줄을 안 속이고 넣어 주는 기름집 일꾼이 참으로 ‘고맙’다. 4348.5.10.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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