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마을 탱자꽃



  우리 도서관 탱자나무가 뽑혀서 죽었다. 마을 멧기슭 탱자나무 가지를 하나 잘라서 우리 집 뒤꼍에 옮겨심었는데 누가 뽑아 갔다. 이리하여 올해에는 ‘우리 탱자나무에서 피는 탱자꽃’을 볼 수 없다. 그래도 이웃마을 탱자꽃을 만날 수 있다. 바람개비처럼 하얗게 팔랑거리는 탱자꽃은 더없이 곱다. 탱자나무 가시가 따갑다고 하지만, 탱자꽃이 피고 탱자알이 맺는 동안 얼마나 고우면서 맑은 냄새가 퍼지는지 모른다. 탱자나무를 울타리로 삼으면 가시가 촘촘하니 들고양이나 다른 들짐승이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기도 하고, 우리가 집을 비운다 하더라도 가시울타리를 함부로 넘어올 수 없기도 하다. 게다가 이런 가시 돋힌 나무에서 베풀어 주는 풀내음과 꽃내음이 몹시 향긋하니, 온 집안에 고운 바람이 퍼진다. 그리고, 이 고운 바람은 우리 집뿐 아니라 이웃집에도 퍼진다. 시멘트블록으로 울타리를 쌓지 말고, 탱자나무를 심어서 건사한다면 무척 예쁘리라 느낀다. 4348.5.7.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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