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5.5.

 : 똑똑한 자전거순이



자전거를 몰고 나들이를 가려고 하면 두 아이가 다 알아채고는 바지런히 마당을 치우랴 대문을 열랴, 그리고 자전거가 나가면 대문을 닫으랴 부산하다. 대문 걸쇠는 위와 아래에 있다. 아래쪽은 으레 작은아이가 열고, 위쪽은 으레 아버지가 열지만, 때때로 큰아이가 연다. 어느 때에는 걸상을 받치고 손을 쪽 뻗어서 여는데, 오늘은 빗자루를 써서 톡 하고 밀어서 연다. 머리 좋네. 그렇게 하면 네 팔이 길어지는 셈이지.


도서관에 들러서 짐을 옮긴다. 다 읽은 책을 도서관에 옮기고, 이제 작아서 더 못 입는 아이들 옷을 도서관에 둔다. 아이들한테 작은 옷을 다른 이웃한테 주지는 못한다. 두 아이가 워낙 돌려입으며 해지고 낡았기 때문이다. 낡고 작은 옷은 나중에 어디엔가 쓸 일이 있겠지.


봄볕을 받으며 자전거를 달린다. 들길을 아주 천천히 달린다. 자전거순이가 샛자전거에 앉아 묻는다. “왜 이렇게 천천히 가?” “응, 고운 볕을 듬뿍 받으려고 천천히 가지.”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