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55. 발길이 머무는 곳



  언제 어디에서나 바로 오늘 찍는 사진이기에, 오늘 내 발길이 머무는 곳에서 사진이 태어납니다. 오늘 태어난 사진은 앞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날 곳으로 내딛는 첫걸음이 됩니다.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이루는 삶처럼, 한 장을 찍고 다시 한 장을 찍으면서 새로운 노랫가락이 울려퍼집니다.


  내 발길이 머무는 곳을 사랑하기에, 내 사진에 사랑스러운 기운을 담을 수 있습니다. 내 눈길이 닿는 곳을 아끼기에, 내 사진에 고운 숨결을 실을 수 있습니다. 내 마음길이 흐르는 곳을 보살피기에, 내 사진에 기쁜 마음을 아로새길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발걸음이 다릅니다. 빠르기도 다르고 몸짓도 다릅니다. 저마다 즐겁게 누리는 하루에 맞추어 재미나거나 아기자기하거나 슬프거나 괴롭거나 놀랍거나 신나거나 설레거나 갑갑한 이야기가 하나둘 피어납니다. 재미나기에 더 좋은 사진이 아니고, 아프기에 더 나쁜 사진이 아닙니다. 모두 다른 사진이면서, 저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품는 사진입니다.


  발길이 머무는 곳을 바라봅니다. 내 발길을 돌아보고, 네 발길을 헤아립니다. 내 손길을 다시 보고, 네 손길을 지긋이 지켜봅니다. 내 마음길을 되새기고, 네 마음길과 어깨동무할 수 있도록 빙그레 웃습니다.


  한 걸음을 내딛고 다시 한 걸음을 내딛기에 내 길을 갈 수 있습니다. 한 장을 찍고 다시 한 장을 찍기에 내 사진을 이룰 수 있습니다. 4348.5.7.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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