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78. 뒤꼍을 오르내리는 꽃길 (2014.4.24.)
뒤꼍을 오르내리는 꽃길이 생긴다. 집과 뒤꼍 사이를 튼 뒤 뒤꼍을 지난해까지 그대로 묵히기만 하다가, 지난가을부터 바지런히 밟고 디뎌서 ‘걸어서 지나다니는 길’을 냈다. 걸어서 지나다니는 길에는 풀이 돋지 않고, 비가 와도 흙이 얼마 안 쓸린다. 밟고 디디기를 되풀이했기에 이 길만 단단해지지 싶다. 이 길이 더 단단해지도록 마른 풀도 틈틈이 깔아 놓으려 한다. 갓꽃과 유채꽃이 찬찬히 오르면서 꽃길이 된다. 처음에는 갓꽃이 꽃대를 길 쪽으로 올리더니, 자꾸 이 길을 오르내리니 꽃대가 구부정하게 옆으로 틀어진다. 우리가 이 길을 다니기 수월하도록 꽃대가 휘어서 자라는구나. 고맙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