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꽃이 진다



  모과꽃이 진다. 꽃이 진 자리에는 수술만 남는다. 곧 수술도 떨어지고 씨앗이 맺히려고 할 테지. 나무 한 그루에 수없이 핀 꽃 가운데 열매는 어느 만큼 맺힐까. 모든 꽃에 열매가 달린다면 나무는 너무 무거워서 가지가 축축 처지리라. 감나무에 맺는 감꽃도 대단히 많은데, 감꽃은 아주 많이 떨어지고, 감알이 맺힐 적에도 바람 따라 풋감이 잔뜩 떨어진다. 모든 감꽃에 감알이 맺히면 나무가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아주 자그마한 꽃에 아주 커다란 열매를 다는 모과나무는 씩씩하게 자란다. 해마다 더 많은 열매를 매달 수 있을 만큼 굵은 줄기로 거듭난다. 하늘을 바라보며 곧게 뻗는다. 지는 꽃도, 지기 앞서 마지막으로 해님과 손을 맞잡는 꽃도, 모두 이 삶을 아름답게 노래하면서 오월로 접어든다. 4348.5.3.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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