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늦게 핀 초피꽃



  지난해와 지지난해에 대면, 달력 날짜로는 늦게 피는 초피꽃이다. 다른 꽃은 이렇게 늦지 않은데 우리 집 초피꽃과 후박꽃은 지난 두 해와 대면 이레나 열흘 남짓 늦는다. 올해는 지난해나 지지난해처럼 후끈거리는 여름이 안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 집 나무가 제법 우거지면서 우리 집 둘레만 차분한 날씨가 되려는가.


  제아무리 무더위나 강추위가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숲에서는 날씨가 그리 많이 바뀌지 않는다. 숲은 늘 엇비슷한 결로 철이 찬찬히 바뀔 뿐이다. 숲을 이루는 곳에서는 바람과 볕과 빗물이 알맞게 흐른다. ‘미친 날씨’라 할 수 있는 ‘이상 기후’가 생기는 까닭은, 사람들이 숲을 자꾸 없애거나 짓밟기 때문이다. 숲으로 푸르게 빛나야 할 지구별에서 숲을 밀거나 없애거나 짓밟으니 날씨가 오락가락 춤추다가 뒤틀릴밖에 없다.


  집집마다 나무가 늘어나기를 빈다. 아파트는 그만 짓고, 이제는 ‘마당 있는 작은 집’을 늘려서,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사람들이 ‘우리 집 나무’와 ‘우리 집 풀밭’과 ‘우리 숲정이’를 누릴 수 있기를 빈다. 그래야 무더위도 강추위도 없이 아름다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흐르겠지. 4348.5.1.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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