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92] 둘이 느긋하게

― 마당에서 듣는 노래



  두 아이가 마당에서 놀다가 후박나무 밑에서 지렁이와 딱정벌레를 봅니다. 지렁이와 딱정벌레를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자꾸 만지작거리면 작은 이웃이 아프거나 다친다고 서로 말을 섞기도 합니다.


  조용히 바람이 불고, 볕이 들다가 구름이 비치기도 합니다. 풀잎하고 빛깔이 엇비슷한 초피꽃이 핍니다. 후박나무도 꽃을 피우려고 비늘잎을 떨굽니다. 여러 새가 후박나무 우듬지에 내려앉아서 노래하다가, 지붕에도 앉고, 전깃줄이나 전봇대에도 앉습니다.


  마당에서 나무와 풀에 둘러싸여서 노는 아이들은 새와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습니다. 그리고, 풀과 꽃과 나무가 베푸는 냄새를 맡습니다. 이러면서 해가 나누어 주는 볕과 빛과 살을 받아먹습니다.


  둘이 느긋하게 놉니다. 나도 느긋하게 일합니다. 둘이 찬찬히 놉니다. 나도 찬찬히 일합니다. 시골사람을 두고 느긋하거나 느리다고 말하기 일쑤인데, 시골에서는 서둘러야 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모든 시골일은 날과 달과 철을 헤아려서 제때에 알맞게 하는 일이니까요. 모든 시골놀이도 날과 달과 철을 살펴서 그때마다 신나게 하는 놀이가 되니까요.


  아이들이 마시는 바람을 어버이가 함께 마십니다. 아이들이 듣는 노래를 어버이가 함께 듣습니다. 아이들이 누리는 햇볕과 햇살과 햇빛을 어버이가 함께 누립니다. 아이들이 뛰노는 마당은 우리 보금자리요 삶터입니다. 4348.4.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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