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지소연
공을 차는 지소연 님이 있다. 스물네 살이라 하고 키는 161센티미터라고 한다. 이녁은 ‘지메시’라는 이름을 얻기도 하는데, ‘메시’라는 사람은 스물여덟 살에 키는 170센티미터라고 한다. 메시라고 하는 사람은 축구를 대단히 잘해서 ‘하느님’ 소리를 듣는다. 키가 작고 몸도 그리 크지 않은 두 사람인데, 둘은 발놀림이나 몸놀림이 몹시 빼어나다고 한다.
키가 크거나 덩치가 좋아야 공을 잘 차지 않는다. 몸집이 크거나 힘이 세야 운동경기를 잘 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운동경기를 어떻게 하는가를 놀랍도록 보여주고, 운동경기뿐 아니라 삶을 어떻게 짓는가를 찬찬히 알려준다.
161센티미터라는 키와 가벼운 몸무게로 20∼30센티미터는 더 크고 몸도 훨씬 큰 사람들을 젖히거나 밀리지 않으면서, 하늘 높이 뜬 공도 거뜬히 받는다면, 이 모습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169센티미터라는 키로 배구 무대에서 후위공격까지 하던 장윤희 님이 있다. 여자로서 169센티미터라면 작은 키가 아닐 테지만, 배구선수로서 이만 한 키라면 참으로 작다. 그러나 이녁은 나비처럼 날고 벌처럼 쏘듯이 경기장에서 뛰어다녔다.
모든 일은 언제나 마음과 생각으로 한다. 하겠노라는 생각을 마음에 단단히 새길 때에 어떤 일이든 한다. 하겠노라는 생각이 없어서 마음에 아무것도 새기지 않을 때에는 참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천 쪽이나 만 쪽에 이르는 책을 어떻게 읽을까? 읽겠노라는 생각을 마음에 즐겁게 새기면 며칠이 아니라 하루 만에 읽을 수도 있다. 몸도 키도 작은 수많은 어머니들이 어떻게 아이들을 업고 안고 이끌면서 저자마실을 할 수 있었겠는가. 작은 몸집으로 어떻게 살림을 다부지게 이끌고 가꾸면서 아이들한테 사랑과 꿈을 가르칠 수 있었겠는가.
작은 사람은 그저 몸이 작을 뿐이다. 겉으로 보이는 몸은 작아도, 속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크면 못 할 만한 일이 없다. 겉으로 보이는 몸은 커도, 속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작으면 못 할 일만 있다. 4348.4.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람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