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5.4.22.

 : 가볍고 보드랍게



- 우리는 자전거를 탄다. 가볍고 보드랍게 탄다. 우리는 봄마실을 간다.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바라보면서 나긋나긋 상큼한 바람을 마신다. 논갈이를 앞두고 노랗게 물결치는 꽃보라를 누리고, 비록 일곱 마리밖에 안 되지만, 우리 마을과 이웃 여러 마을 사이를 가로지르면서 노니는 제비를 본다. 오늘은 제비가 일곱 마리밖에 깃들지 못하지만, 이 제비가 새끼를 까서 서너 곱으로 늘어난다면, 그리고 이 제비가 농약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남아서 따스한 고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듬해에는 한결 넉넉하고 부산스러운 제비춤을 볼 수 있겠지. 우리는 자전거를 타면서 날자. 꽃내음을 마시면서 날고, 제비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날자. 파랗게 빛나는 바람을 마시면서 날고, 가볍게 발을 구르면서 날자.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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