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꽃마리 논둑



  이웃 논둑에 좀꽃마리가 한창 핀다. 좀꽃마리는 그야말로 작은 꽃이라서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렵다. 봄까지꽃보다 훨씬 작은 꽃이요, 별꽃보다도 작은 꽃이다. 못 알아채고 지나가기 쉬운 꽃이지만, 보드라운 잎과 꽃은 모두 고마운 나물이 된다. 땅바닥에 엎어져서 코를 큼큼거리면 향긋한 꽃내음이 물씬 퍼지기도 한다.


  작은 꽃은 우리더러 늘 땅바닥에 쪼그려앉거나 엎드리라고 한다. 작은 꽃은 우리더러 작은 꽃송이한테 눈높이를 맞추라고 이른다. 이리하여, 꽃을 보는 사람은 늘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는다. 땅내음을 맡으면서 꽃을 바라보고, 땅빛을 살피면서 꽃을 느낀다. 아이들도 꽃처럼 아이 눈높이에 맞추어 저희를 바라보라고 우리 어른을 부른다. 키가 큰 사람은 작은 사람한테 맞추어야 어깨동무를 할 수 있고, 힘이 센 사람은 여린 사람한테 맞추어야 어깨동무가 되며, 많이 아는 사람은 적게 아는 사람한테 맞추어야 어깨동무를 이룬다. 4348.4.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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