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 봉오리는
장미꽃이 터지면 크게 벌어진다. 넓게 벌어지는 꽃송이는 천천히 움이 트고, 천천히 굵어지며, 천천히 벌어지면서, 바야흐로 활짝 피어난다. 맨 처음 맺는 망울을 보면 무척 조그마한데, 조그마한 망울은 날마다 조금씩 커지면서 붉은 빛깔이 가득한 보드라운 잎으로 바뀐다. 울타리에 장미넝쿨이 뻗도록 하면서 이 놀랍도록 붉은 꽃송이가 터지도록 하는 까닭을 알 만하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짠하도록 새빨간 꽃송이는 마음을 뜨겁게 불태운다. 넝쿨줄기를 뻗는 나무 가운데 장미처럼 커다란 꽃송이를 매다는 나무는 얼마나 더 있을까. 활짝 펼쳐진 뒤에도 눈부시도록 곱지만, 아직 앙다문 봉오리도 눈부시게 고운 장미꽃을 바라본다. 4348.4.28.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