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빛을 바라보며 글쓰기
작은 불빛을 바라본다. 새까맣게 어두운 밤에 작은 불빛을 바라본다. 지구별까지 닿은 별빛은 얼마나 작은가. 그러나, 저 빛을 보낸 별은 지구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지구에 빛과 볕과 살을 베푸는 해님은 언뜻 보기로 아기 손톱보다 작아 보이지만, 막상 크기로 대면 지구보다 훨씬 크다.
내가 바라보는 작은 불빛은 참으로 작지만, 곰곰이 따지면 하나도 안 작다. 내 눈에 비치기로는 작되, 이 불빛에 깃든 숨결은 대단히 클 수 있다. 불빛에 깃든 숨결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나는 이 불빛을 그저 조그마한 불이요 빛으로밖에 모른다.
아이들 눈빛을 바라본다. 아이들 말마디를 듣는다. 아이들 몸짓을 마주한다. 나는 무엇을 보고 읽으면서 느끼는가.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헤아리면서 사랑하는가. 먼저 내 가슴에서 샘솟는 숨결을 느끼고, 내 마음에서 타오르는 불빛을 바라보아야겠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작은 불빛을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앞길을 내다보아야겠다. 4348.4.28.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