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5.4.16.
: 날마다 다른 들빛
- 여름과 가을과 겨울에도 들빛은 날마다 다르다. 여름에는 더 푸르게 달라지는 들빛이고, 가을에는 더 노랗게 달라지는 들빛이며, 겨울에는 더 누르스름하게 달라지는 들빛이다. 봄에는 옅푸르게 달라지는 들빛인데, 요즈음은 논마다 유채씨를 뿌리기에 가을과 다른 노란 물결이 춤을 춘다. 유채꽃송이가 차츰 벌어지면서 노란 빛물결은 날마다 더 눈부시다. 그런데, 이 노란 빛물결이 가장 흐드러질 무렵 모두 밀어 버린다. 왜냐하면, 유채꽃물결이 가장 넘실거릴 무렵 경관사업은 끝이 나고, 논마다 트랙터로 갈아엎어서 논삶이를 해야 하니까.
- 봄에는 날마다 다른 마실길이 된다. 우리 집 마당에 서도 날마다 다른 기운을 느낀다. 이웃마을을 자전거로 지나갈 적에도 늘 다른 기운을 느낀다. 아침과 낮과 저녁 사이에도 달라지는 기운을 느낀다. 그렇구나. 이제 해가 날마다 차츰 길어지지. 새벽동도 더 일찍 밝고, 저녁햇살도 오래도록 뻗는다.
- 논둑길을 천천히 달리다가도 자주 멈춘다. 노란 꽃물결이 눈부신 곳에서는 아예 자전거를 세우고 꽃바람을 듬뿍 마신다. 꽃바람을 마시는 아이들 가슴에 꽃노래가 흐르기를 빈다. 아이들과 함께 내 가슴에서도 꽃노래가 피어나기를 빈다. 아주 천천히 자전거 발판을 밟으면서 노래를 부른다.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는 아버지가 자전거에서 부르는 노래를 즐겁게 귀여겨듣는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