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꽃잎 하나둘 떨어지면서 살포시



  모과꽃잎이 진다. 그러나 모과꽃이 모두 지지는 않는다. 매화나무를 보면 꽃잎이 하나둘 질 무렵 다른 매화꽃도 나란히 우수수 떨어지는데, 모과나무는 매화나무와 달라서, 떨어질 아이들만 몇몇 조금 떨어진다. 매화꽃잎이 질 무렵 매화나무 둘레 풀포기에는 매화꽃잎이 눈부시게 잔뜩 내려앉는다면, 모과꽃잎은 꽤 긴 나날을 두고 천천히 지니까 모과꽃잎 하나둘 살포시 얹히는 모습이 된다.


  어떤 손길이 모과꽃잎을 하나둘 다른 잎사귀에 살포시 올려놓았을까. 바람일 테지. 장난꾸러기 바람일 테지. 개구쟁이 바람이 이렇게 해 놓았겠지. 빙그레 웃으면서 바람한테 말한다. 얘, 바람아, 네가 나뭇잎과 풀잎에 올려놓은 모과꽃잎을 들여다볼 테니 한동안 꼼짝 말고 고요히 있어 주렴. 4348.4.24.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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