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잠옷 바지 기우면서



  큰아이 잠옷 가운데 바지 한 벌은 무릎에 구멍이 났다. 구멍을 기우기로 하고 꽤 오랫동안 기우지 못했다. 기운다는 생각만 하고 참 오래도록 바느질을 안 했다. 큰아이는 얼마나 오래 ‘구멍 기우기’를 기다렸을까. 큰아이는 얼마나 오래 아버지를 너른 마음으로 기다려 주었을까.


  작은아이도 못 신는 작은 양말을 가위로 오린다. 작은 양말에 있는 눈사람 무늬가 한복판에 오도록 해서 큰아이 잠옷 바지에 덧댄다. 구멍을 기우는 동안 서너 차례 바늘에 찔린다. 이래서 골무를 해야 할 테지. 그러나 바늘에 찔려도 따끔하기만 할 뿐 피는 나지 않는다. 굳은살이 많이 박혔을까.


  내 어릴 적을 떠올린다. 우리 어머니는 내 옷에 난 구멍을 기우다가 곧잘 바늘에 찔리곤 하셨다. 바느질을 못해서 찔리지는 않으셨으리라. 새벽부터 밤까지 일을 하느라 고단하기에, 바느질을 하다가 살짝 마음을 놓다가 찔리셨겠지. 4348.4.22.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