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76) 시작 75


그렇게 43일간의 기도를 이어가던 어느 날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 다음날 아침, 나는 샤워와 빨래, 식사를 마친 뒤 걷기 시작했다. 수없이 반복해 온 질문이 내 안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신지아-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샨티,2014) 32, 221쪽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 몸이 아파 왔다

→ 몸이 아팠다

→ 몸이 차츰 아팠다

 걷기 시작했다

→ 걷기로 했다

→ 걸었다

→ 천천히 걸었다

 질문이 다시 시작되었다

→ 궁금함이 다시 나왔다

→ 궁금함이 다시 터져나왔다

→ 생각이 다시 샘솟았다

 …



  아프지 않던 몸이 아플 적에는 “몸이 아프다”고 말합니다. 이때에는 “몸이 아파 온다”처럼 적을 수도 있습니다. 꾸밈말을 넣어서 “몸이 차츰 아프다”라든지 “어쩐지 몸이 아프다”라 할 수 있고, “몸이 조금씩 아프다”라든지 “몸이 슬슬 아프다”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할 적에는 이 일을 ‘한다’고 말하면 됩니다. ‘시작’이라는 한자말은 군더더기입니다. 궁금한 말이나 질문이 다시 나온다고 할 적에도 ‘시작’은 군더더기입니다. ‘다시’라는 말마디를 적은 만큼, “다시 나온다”나 “다시 터져나온다”처럼 적으면 돼요. 4348.4.2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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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흔사흘에 걸친 기도를 이어거단 어느 날 몸이 아팠다 … 다음날 아침, 나는 씻고 빨래하고 밥을 먹은 뒤 걸었다. 수없이 되물었던 말이 내 안에서 다시 나왔다


“43일간(四十三日間)의 기도”는 “마흔사흘에 걸친 기도”나 “마흔사흘 동안 기도”로 손보고, “샤워(shower)와 빨래, 식사(食事)를 마친 뒤”는 “씻고 빨래하고 밥을 먹은 뒤”로 손봅니다. “반복(反復)해 온 질문(質問)이”는 “되풀이해서 물은 말이”나 “되물은 말이”로 손질합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78) 시작 76


차례에 적힌 대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개똥벌레가 첫째지? 개똥벌레가 뽐내며 나서자 하얀이 눈이 반짝 빛나기 시작했어

《김향이-나는 책이야》(푸른숲,2001) 37쪽


 이야기를 시작하자

→ 이야기를 하자

→ 이야기를 꺼내자

→ 이야기를 들려주자

 눈이 빛나기 시작했어

→ 눈이 빛났어

→ 눈이 천천히 빛났어

 …



  이야기를 하거나 말을 할 때에는 언제나 그냥 ‘합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굳이 ‘시작’하지 않아요. 책을 읽든 노래를 부르든 그냥 책을 읽고 노래를 부릅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지 않습니다.


  눈이 빛난다고 할 적에도, “눈이 빛났어”처럼 적으면 됩니다. 또는 “눈이 천천히 빛났어”나 “눈이 차츰 빛났어”처럼 적습니다. “눈이 가만히 빛났어”나 “눈이 살며시 빛났어”처럼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4348.4.2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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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적힌 대로 이야기를 하자. 개똥벌레가 첫째지? 개똥벌레가 뽐내며 나서자 하얀이 눈이 반짝 빛났어


‘차례(次例)’는 한국말로 ‘벼리’로 손질할 수 있으나,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 이 대목에서는 ‘여기’로 손질해도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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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79) 시작 77


1961년에 베틀린 장벽을 쌓기 시작했을 때, 내가 가서 찍었던 사진의 후속편이었다

《레몽 드파르동/정진국 옮김-방랑》(포토넷,2015) 171쪽


 장벽을 쌓기 시작했을 때

→ 담벼락을 쌓을 때

→ 담을 처음 쌓을 때

→ 담을 쌓으려 할 때

 …



  어떤 일을 처음 할 적에는 ‘처음’이라는 낱말을 넣습니다. 담벼락을 처음 쌓고, 사진도 처음 찍습니다. 때로는 ‘처음’이라는 낱말조차 없이 “담벼락을 쌓을 때”와 같이 쓰면 돼요. 4348.4.2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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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에 베를린 담벼락을 쌓을 때, 내가 가서 찍었던 사진 뒷이야기이다


‘장벽(障壁)’은 ‘담벼락’이나 ‘가림담’이나 ‘담’으로 손질하고, “사진의 후속편(後續編)이다”는 “사진 뒷이야기이다”나 “사진 뒤에 이어 찍은 이야기이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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