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51. 어우러진다



  어떻게 무엇을 찍든 ‘나쁘다’고 할 수 있는 사진은 없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 스스로 ‘무엇을 보았기’에 찍는다면, 본 그대로 이야기가 깃들어서 사진이 됩니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 사람 스스로 ‘무엇을 본다’는 생각이나 느낌이 없이 사진기 단추만 마구 누른다면 아무런 이야기가 깃들지 못하니 사진이 안 됩니다.

  내가 스스로 본 모습을 곧바로 찍어서 이야기를 엮을 때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이때에 사진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때에 사진은 틀이 살짝 어긋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 괜찮습니다. 흔들리거나 어긋난 사진은 나중에 손질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내가 스스로 본 모습을 곧바로 찍지 않는다면 아무 이야기를 못 담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사진이 안 태어납니다.

  보는 눈과 다루는 손길이 어우러져서 사진이 태어납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사진기 단추를 누르기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보는 눈이란, 삶을 즐기는 마음입니다. 다루는 손길이란, 삶을 가꾸는 몸짓입니다. 이리하여, 눈과 손으로 찍어서 빚는 사진은, 마음과 몸짓(몸)으로 함께 엮어서 이루는 사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나란히 어우러져서 사진이 됩니다. 서로 어우러지기에 사진으로 태어납니다. 함께 어우러질 때에 즐겁게 읽거나 찍는 사진을 이룹니다. 사진기 단추에 살며시 얹는 손가락을 먼저 느껴 보셔요. 단추를 누르는 내 손길은 춤을 추듯이 기쁜 손길인가요? 사진기 구멍으로 들여다보는 눈을 먼저 헤아려 보셔요. 사진기로 바라보는 내 눈길은 노래를 부르듯이 아름다운 눈길인가요? 즐거움과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마음이요 몸짓이라면, 나는 늘 사랑스레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4348.4.1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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