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지 않은 모과꽃송이를
아직 터지지 않은 모과꽃송이를 바라본다. 활짝 터진 꽃송이도 곱지만, 터질 듯 말 듯하면서 입을 다문 꽃송이도 곱다. 손을 뻗어 여린 꽃송이를 살짝 만져 본다. 꽃잎은 나뭇잎과 댈 수 없도록 보드랍다. 봄에 갓 돋은 나뭇잎도 부드럽다만, 나뭇잎은 ‘부드럽’고 꽃잎은 ‘보드랍’다.
곧 터지려는 모과꽃송이가 빙그르르 돈다. 아니, 빙그르르 돌 듯이 꽃잎이 말렸다. 아니, 잔뜩 옹크리던 꽃잎이 천천히 풀리면서 ‘빙그르르 도는 무늬’를 보여준다고 해야 하리라.
해바라기도 언제나 하늘을 바라보고, 수많은 들꽃과 나무꽃도 하늘을 바라본다. 새파란 하늘숨을 마시면서 꽃잎이 열린다. 파랗디파란 하늘바람을 머금으면서 꽃송이가 터진다. 4348.4.18.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