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소집을 마치고?



  나는 군대를 1997년 12월 31일에 마쳤다. 1998년부터 바로 예비군훈련을 받아야 했고, 일곱 해 받고서 민방위로 넘어갔다. 그러니 2005년부터 민방위가 된 셈인데, 2013년에 민방위소집이 끝났어야 맞다. 그렇지만 지난해에도 민방위소집은 안 끝났고 올해에도 다시 소집통지서가 왔다. 오늘 새벽에 마을회관 앞에 나가서 마지막이 아닐까 싶은 참가서를 끊는다. 그런데, 소집통지서에 내 ‘민방위 연차’가 ‘9’으로 적힌다. 열한 해째인데 왜 ‘9’으로 적힐까? 곰곰이 돌아보니, 지난해에는 다른 볼일을 보느라 민방위소집에 안 갔고, 아마 한 번 더 소집에 안 갔구나 싶은데, 언젠가 한 번 더 소집에 안 간 적이 있나? 아무튼 부디 올해로 민방위소집이 끝나서, 이 나라에서 ‘군대로 끌고 갈 만한 나이가 아닌 사내’로 여겨 주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군인’도 ‘예비군’도 ‘민방위’도 아닌 ‘사람’으로서 살고 싶다. 4348.4.15.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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