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낌글을 쓰는 마음
지지난해부터 쓰려고 했던 느낌글을 이제서야 마무리짓습니다. 새를 사진으로 찍는 분이 있고, 이분이 1988년에 내놓은 사진책 《자연속의 새》가 있습니다. 이 사진책 이야기를 지지난해에 쓰려고 책상맡에 두고 곰곰이 마음을 기울였는데, 이태 남짓 글이 나오지 않아서 책만 만지작거리면서 다시 살펴보고 또 보기만 했습니다다. 이러다가 오늘 드디어 끝을 보았어요. 이러면서, 지난 몇 해 동안 책상맡에 모셔 두기만 한 다른 사진책 《한국 KOREA》를 만지작거립니다. 《한국 KOREA》를 내놓은 사람은 벨기에에서 한국으로 찾아와서 이 나라를 사랑하고 만 분인데, 이분 사진책도 거의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이분 사진책은 이분 이름보다 ‘이분 사진책을 디자인’한 사람 이름이 더 알려졌습니다.
두 가지 사진책은 새책방에서 일찌감치 사라졌을 수 있고, 아직 몇 권쯤 남았을는지 모릅니다. 아무튼 이 두 가지 사진책은 여느 도서관에서는 좀처럼 구경할 수 없는 책이고, 웬만큼 큰 도서관에서도 안 갖추었다고 할 만한 책입니다.
그러면, 이런 사진책을 놓고 느낌글을 쓰면, 이 사진책을 찾아보거나 알아보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을까요? 뜻있고 마음있는 분이라면 힘껏 찾아보려 하거나 알아보려 하겠지요.
새책방에서 사라지려고 하는 책이나, 벌써 새책방에서 사라진 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책’입니다. 모든 책은 ‘돈만으로는 살 수 없’기 마련입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책은 ‘물건’입니다. 우리는 물건을 사서 읽지 않으니, 여느 새책방에서 흔하게 있는 책이라 하더라도 ‘쉽게 사서 쉽게 버릴’ 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책을 사는 마음은, ‘나한테 돈과 시간이 많아서 사는 마음’이 아닙니다. 책을 사는 마음은, ‘내 사랑스러운 돈과 품과 겨를을 기쁘게 들여서 사랑으로 읽으려는 마음’입니다.
느낌글 하나를 쓰면서 생각합니다. 사라진 책은 다시 살아날 수 있기를 꿈꾸고, 사라지려는 책은 사라지지 않기를 꿈꿉니다. 모든 책이 골고루 사랑받으면서 아름다운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기를 꿈꿉니다. 4348.4.1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