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5.4.11.
: 다시 유채밭 사이로
- 새봄이 되어 들녘에 유채꽃이 필 무렵은 이 들길을 다니기에 싱그러우면서 즐겁다. 아직 농약을 칠 때가 아니요, 온통 꽃바람이 분다. 꽃가루를 먹고, 꽃내음을 마신다. 자전거 발판을 천천히 구른다. 아이들은 샛자전거와 수레에 앉아서 향긋한 냄새를 기쁘게 받아들인다.
-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에서 한 시간 반 즈음 논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군내버스가 저 앞에서 다가오는 모습을 본다. 자전거를 길섶에 바싹 붙이며 기다린다. 군내버스가 유채밭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예쁘다. 이 유채밭 들길을 누군가 걸어서 지나가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지나가도 무척 예쁠 테지. 사람들이 제주섬이나 여러 시골로 봄마실을 다니는 까닭을 알 만하다. 이 유채꽃이 모두 샛노랗게 춤을 추면 얼마나 어여쁠까.
- 유채꽃이 가득 필 무렵에는 자전거를 집에 두고 두 아이와 천천히 이 들길을 걸어야겠다. 그때에는 자전거조차 성가시리라.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