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47. 빛깔을 먹는다



  밥은 숨결입니다. 밥은 몸을 살리는 숨결입니다. 우리 마음이나 생각은 밥을 먹지 않습니다. 우리 몸이 밥을 먹습니다. 그러면, 우리 몸은 어떤 밥을 먹을까요? 영양성분을 먹을까요? 화학성분으로 엮은 영양성분을 먹어도 우리 몸은 기운을 차릴까요?


  영양성분만 맞춘 밥이라면, 이럭저럭 몸을 움직이기는 하겠지만, 제대로 몸을 살리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몸을 살리는 숨결은 영양성분이 아닌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담아서 지은 밥을 먹어야 사랑스러운 기운이 솟습니다. 기쁨을 담아서 지은 밥을 먹어야 기쁜 기운이 솟아요. 그러니, 영양성분만 맞춘 밥으로는 ‘영양성분이 따른 기운’만 솟을 테지요.


  사진찍기는 ‘장비 다루는 솜씨’로 하지 않습니다. 장비 다루는 솜씨를 잘 익힌 사람은 ‘장비 다루는 솜씨’를 잘 보여줄 뿐입니다. ‘영양성분으로 먹는 밥’은 우리 몸을 영양성분으로만 지켜 주듯이, 장비 다루는 솜씨로 찍는 사진은 언제나 ‘장비 솜씨’를 보여주기만 합니다.


  사람들이 오래도록 널리 사랑하는 사진에는 ‘사랑을 담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멋진 장비로 멋지게 찍은 사진’은 사랑을 받지도 못하고 오래도록 흐르지도 못합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늘 이 대목을 슬기롭게 짚어야 합니다.


  이리하여, 우리 몸은 빛깔을 먹을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노래를 먹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찍는 사진에는 빛깔을 담을 수 있고, 노래를 담을 수 있으며, 사랑과 꿈을 넉넉히 담을 수 있습니다. 4348.4.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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