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할 수 있는 날



  빨래를 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나흘째 기다렸을까. 비가 오고 멎고 하기를 되풀이하는데 해가 나지 않는다. 이런 날에는 빨래를 해도 마르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 집 두 아이는 여덟 살과 다섯 살이니, 나흘쯤 빨래가 쌓여도 괜찮다. 기저귀처럼 날마다 빨아야 하지 않으니까. 그래도, 해가 나지 않는 날이 죽 이어지니 고단하다. 이불도 말리지 못하고 평상도 말리지 못하니까.


  드문드문 빨래를 몇 점씩 해서 집안에서 말린다. 집안에 너는 빨래는 이틀 동안 걸어야 비로소 마른다. 비가 와야 냇물이 흐를 수 있으니 비는 더없이 고마운데, 비가 그친 날에 해가 나지 않으면 풀도 꽃도 나무도 제대로 못 자라고, 사람도 튼튼하거나 맑은 숨결이 되기 어렵다. 빨래가 마르지 않아 빨래를 하기 어려운 날이 곧 끝나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이 찾아오기를 빈다. 4348.4.7.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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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다락방 2015-04-07 23:10   좋아요 0 | URL
요즘 계속 흐리고 비가내려 정말 빨래가 골치입니다.
그냥 널어두자니 늦게 말라 아이들 옷이 부족하니 세탁기 건조기능을 쓰게 되는데 전기가 많이 낭비되는 것 같아 여간 찜찜한게 아니네요! 얼른 해가 나길 기대해봅니다.

숲노래 2015-04-07 23:30   좋아요 0 | URL
기저귀 빨래를 할 적에는 바닥에 불을 넣고 다리미질을 하느라 밤새 잠을 건너뛰었어요. 그나마 아이들이 커서 이럭저럭 요즈음을 넘기네요 @.@ 해가 얼마나 우리 삶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지 새삼스레 돌아보며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