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까지꽃잔치



  봄까지꽃이라는 조그마한 꽃을 제대로 바라본 뒤에는 어디에서나 이 꽃을 손쉽게 알아본다. 은행꽃을 처음 제대로 바라본 뒤에도 어디에서나 새봄에 은행꽃을 어디에서 볼 수 있나 하고 두리번거리곤 한다. 관청에서 여기저기에 많이 심은 벚나무는 그리 눈이 가지 않지만, 벚나무도 꽃이 지고 버찌가 맺힐 무렵에는 곧잘 눈에 뜨인다.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가 알아보는 꽃은 모두 우리 스스로 마음에 드는 꽃이라고 할 만하다. 스스로 익숙한 꽃을 스스로 알아보고, 스스로 마음에 담은 꽃에서 짙고 향긋한 냄새를 맡는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아직 알아보지 못한 꽃이라면 코앞에 활짝 피었어도 그냥 스치고 지나간다. 마음에 들거나 일찌감치 알아본 꽃이라면, 퍽 먼 데에서 조그맣게 피었어도 곧바로 알아채고는 기쁘게 바라본다.


  자그맣고 자그마해서 고개를 폭 숙이거나 쪼그려앉아야 비로소 꽃잔치인 줄 알아차릴 수 있는 봄까지꽃을 바라본다. 우리 집 한쪽에 무리지어서 피어나는 작은 꽃밭을 돌아본다. 4348.4.7.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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