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꽃빛, 동백나무 떨꽃
봄에는 아침저녁으로 꽃빛이 달라진다. 이른봄에는 아직 들빛이 새롭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꽃빛은 그야말로 아침저녁으로 새롭다. 하루가 지나면 어제와 사뭇 다른 새로운 빛결이 흐른다. 게다가, 한 가지 꽃이 모두 지면 다른 꽃이 모두 핀다. 다른 꽃이 모두 필 적에는 또 다른 꽃이 새롭게 피려고 하고, 그야말로 어느 하루도 꽃구경을 쉴 겨를이 없다. 온갖 꽃이 저마다 ‘나를 좀 보렴’ 하고 부른다. ‘쟤만 꽃이 아니라 나도 꽃인걸’ 하면서 이곳저곳에서 부른다.
여러 달에 걸쳐서 곱고 소담스러운 꽃송이를 베푸는 동백나무는 한봄에 무르익는 꽃송이로 나무가 짙붉을 무렵, 나무 둘레에 새로운 봄빛을 보여준다. 바로 ‘떨꽃(떨어진 꽃)빛’이다.
다른 꽃은 꽃잎이 낱낱으로 떨어져서 흩어지는데, 동백꽃은 송이째 떨어지기 일쑤이다. 나무도 꽃송이로 붉고, 나무 둘레도 꽃송이로 붉다. 떨꽃이 이루는 빛깔은 사람들한테 ‘지는 꽃도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말 없는 말로 상냥하면서 부드럽게 들려준다. 4348.4.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