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피나무 새잎에 빗방울
초피나무에 새잎이 돋으면서 초피내음이 확 퍼진다. 초피나무란 참 놀라우면서 대단한 아이라고 느낀다. 요로코롬 조그마한 잎으로도 초피내음을 훅 끼치면서 ‘나도 봄에 깨어나는데 왜 나는 안 들여다봐요?’ 하고 묻는다. ‘내가 언제 너희를 안 들여다보았니? 날마다 들여다보는걸.’ ‘날마다 들여다보더라도 다른 아이들은 사진으로도 찍으면서 왜 나는 사진으로 안 찍어요?’ ‘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내가 잘못했어.’ 빗방울을 대롱대롱 매달면서 어여쁜 모습을 보여준다. 코를 내밀어 큼큼 냄새를 맡는다. 풀에서는 풀내음이 흐르고, 나무에서는 나무내음이 흐른다. 온갖 내음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사랑스러운 봄내음이 된다. 4348.4.5.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