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77) 식겁


그 괴물들 우리한테 완전 식겁했을걸

《에즈라 잭 키츠/서애경 옮김-루이의 우주선 상상 1호》(웅진주니어,2008) 29쪽


 완전 식겁했을걸

→ 아주 놀랐을걸

→ 무척 놀라서 무서웠을걸

→ 크게 놀라며 무서웠을걸

 …



  ‘놀라다’라는 낱말은 뜻밖에 어떤 일이 생겨서 가슴이 두근거릴 때에 씁니다. 그러니, 한자말 ‘식겁’을 풀이하면서 “뜻밖에 놀라”처럼 적을 수 없습니다. 겹말이 되니까요. 그리고, 한자말 ‘겁(怯)’은 한국말로 ‘무서움’을 가리킵니다. 한자말로는 “겁이 없다”처럼 쓸 테고, 한국말로는 “무서움이 없다”처럼 씁니다.


 식겁을 한 막내아들

→ 놀라고 무서운 막내아들

→ 놀라며 무서운 막내아들

 얼마나 식겁했는지

→ 얼마나 놀라며 무서웠는지

→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는지


  이 보기글에서는 ‘놀라다’나 ‘무섭다’를 함께 쓸 수 있고, 둘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쓸 수 있습니다. 놀란다고 해서 다 무섭다고 여기지 않으나, 무섭다고 여길 적에는 놀라는 느낌을 함께 가리키기 마련입니다. “놀라면서 무섭다”는 뜻에서 ‘식겁하다’ 같은 한자말을 쓴다면 글잣수는 줄어들는지 모르나, 뜻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런 말은 한국말사전에서 털어내야 합니다. 4348.4.4.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 녀석들 우리한테 크게 놀라 무서웠을걸


‘괴물(怪物)’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녀석’이나 ‘놈’으로 손보아도 잘 어울립니다. ‘완전(完全)’은 ‘아주’나 ‘몹시’나 ‘무척’이나 ‘크게’로 손질합니다.



식겁(食怯) : 뜻밖에 놀라 겁을 먹음

   - 식겁을 한 막내아들 / 얼마나 식겁했는지 모른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73) 편안


할머니는 크릭터가 편안하게 지내도록 야자나무를 집 안으로 들여놓았어 … 크릭터한테는 따뜻하고 아늑한 침대도 있었대

《토미 웅거러/장미란 옮김-크릭터》(시공주니어,1996) 10, 15쪽


 편안하게 지내도록

→ 아늑하게 지내도록

→ 느긋하게 지내도록

→ 포근하게 지내도록

→ 걱정없이 지내도록

→ 잘 지내도록

 …



  이 보기글을 잘 보면, 앞쪽에서는 ‘편안하게’라 적고, 뒤쪽에서는 ‘아늑한’이라 적습니다. 그러니까, 앞이나 뒤 모두 ‘아늑하다’라는 한국말을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뒤에서 ‘아늑하다’를 쓰고, 앞에서는 다른 낱말을 넣고 싶다면, 앞에 ‘느긋하게’나 ‘걱정없이’를 넣을 만합니다.


 일신의 편안만을 생각한다

→ 제 한 몸만을 생각한다

→ 제 몸만 좋기를 생각한다

 마음을 편안히 가지다 

→ 마음을 느긋하게 두다

→ 마음을 가벼이 하다

 편안히 공부할 수 있는 아이들

→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는 아이들

→ 느긋하게 공부할 수 있는 아이들


  한자말 ‘편안하다’는 ‘편하다 + 걱정없다 + 좋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세 가지를 한꺼번에 나타내기보다는 세 가지 자리에 따로 쓸 만하다고 해야지 싶습니다. 한자말 ‘편하다’는 ‘괴롭지 않아 좋다’를 뜻하니, 한마디로 하자면 ‘좋다’를 뜻하는 셈입니다.


 편안한 자세 → 느긋한 몸짓

 편안한 옷차림 → 가벼운 옷차림

 

  옷차림이 ‘편안하다’거나 ‘편하다’면, 옷차림이 ‘가볍다’거나 ‘단출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몸짓이 ‘편안하다’면, 몸짓이 ‘느긋하다’거나 ‘아늑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음이 넉넉하도록 하는 몸짓입니다. 4348.4.4.흙.ㅎㄲㅅㄱ



편안(便安) : 편하고 걱정 없이 좋음

   - 일신의 편안만을 생각한다 / 편안한 자세 / 편안한 옷차림 /

     마음을 편안히 가지다 / 편안히 공부할 수 있는 아이들

편(便)하다 : 몸이나 마음이 거북하거나 괴롭지 아니하여 좋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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