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잠옷 말이야
“보라야, 아침에 일어났으면 잠옷 갈아입자.” 하고 서른 번쯤 말하지만, 날마다 곧바로 잠옷을 갈아입는 일이 없다. 그런데 “마실 가자.”고 한 마디만 하면 어느새 잠옷을 갈아입는다. 다른 어떤 말로도 작은아이 잠옷 갈아입히기는 안 되지만, “마실 가자.” 한 마디가 가장 세다. 사탕을 준들 빵을 준들 능금을 준들 뭐를 준들 잠옷 갈아입기는 안 된다. “밖에 놀러가자.”는 말이 나와야 비로소 스스로 재빨리 갈아입는다. 그러니까, 우리 집 개구쟁이 ‘잠옷 갈아입히기’는 꽤나 비싸다. 아무한테나 쉽게 안 보여준다. 게다가, ‘잠옷’이 아닌 ‘놀이옷’으로 갈아입고 나면, 저녁에 잠옷으로 다시 안 갈아입으려고 한다. 개구쟁이한테는 ‘잠옷 입히기’도 몹시 비싸다. 섣불리 안 보여준다. 4348.4.4.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