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온다 베틀북 그림책 47
미야코시 아키코 글.그림, 송진아 옮김 / 베틀북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06



바람과 논다

― 태풍이 온다

 미야코시 아키코

 송진아 옮김

 베틀북 펴냄, 2012.5.25.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면 집에서 꼼짝을 못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집 바깥으로 나가서 비도 바람도 맞고 싶습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봄이든 가을이든, 이 비와 바람하고 동무가 되어 놀고 싶습니다.


  슬금슬금 바깥을 살피며 마당으로 내려선 아이들은 드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면서 우산을 폅니다. 우산은 바람 따라 이리저리 날리듯이 움직이다가, 우산살이 하나 똑 부러지거나 휘고, 우산살이 둘 똑 부러지거나 휩니다.


  우산을 써서는 걷지도 서지도 못 하는 줄 깨닫고는 우산을 어떻게든 접어서 마당 한쪽에 놓습니다. 이러고 나서 맨몸으로 비와 바람을 맞습니다. 이러면서 웃고 노래합니다. 몸도 옷도 비에 옴팡 젖습니다. 깔깔깔 웃는 아이들은 젖은 옷을 벗습니다. 머리카락에 묻은 물기를 닦고, 새옷으로 갈아입습니다.



.. 조금 전에 선생님이 말했어요. “곧 태풍이 오니까, 바로 집으로 가렴.” ..  (4쪽)




  바람이 드세게 불면,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면서 놀려고 하는 아이입니다.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나도 어릴 적에 이렇게 놀았습니다. 바람이 그야말로 힘차게 몰아쳐서 나를 제법 높이 날리면 깜짝 놀랍니다. 아이코 어떻게 내려가라고? 그러나 내려갈 걱정을 하면서 바람놀이를 하지는 않았으니, 섬찟하게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다가 어느새 바닥으로 나뒹굽니다. 바람은 휘휘 불면서 나를 놀립니다. 네가 나한테 태워 달라고 했으면서 왜 무섭다고 하니? 바람에 날려 하늘을 날다가 바닥에 떨어진 뒤, 그래도 이렇게 바람을 타니 재미있고 신납니다. 또 태워 주렴, 다시 태워 주렴, 하고 노래합니다.


  마음에 아무런 걱정이 없이 기쁨이 가득하다면, 누구나 하늘을 가르며 바람을 탈 수 있습니다. 마음에 오직 노래와 웃음이 가득하다면, 누구나 하늘 높이 날아올라서 어디로든 휘휘 찾아갈 수 있습니다.



.. 시무룩한 내 모습을 보고 엄마가 말해요. “내일 못 가면 다음 주말에 데리고 갈게.” “싫어, 난 꼭 내일 가고 싶단 말이야!” ..  (10쪽)





  미야코시 아키코 님이 빚은 그림책 《태풍이 온다》(베틀북,2012)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도시내기입니다. 주말을 맞이해서 두 어버이가 비로소 바깥일을 쉬니까, 이때에야 바다로 나들이를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 어버이는 거센 비바람이 찾아와서 바닷마실을 갈 수 없다고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합니다. 아이가 얼마나 서운해 하는가를 헤아리지 못합니다. 그저, 집에 꼭 틀어박혀서 비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여깁니다. 바다는 다음 주말에 가자고 여깁니다.



.. 곰곰이 생각해요. 태풍을 몰아낼 수는 없을까 ..  (18쪽)




  일본은 한국과 달리 태풍이 더욱 모질게 찾아옵니다. 일본에서는 대문과 창문을 널나무로 못을 박아야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도 집이 날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일본에서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바깥으로 돌아다니지 않아요. 참말 일본에서는 비바람을 타고 아주 멀리 날아가 버릴 수 있을 테니까요.


  《태풍이 온다》라는 그림책에서는 두 가지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습니다. 먼저, 아이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어요.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를 엮지는 않습니다. 다음으로, 아이가 바람을 그치게 하는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어요. 네, 이 그림책은 이쯤으로 이야기를 엮습니다.



.. 난 더 센 바람을 만들어 시커먼 구름들을 몰아내요 ..  (24쪽)




  바람은 어떻게 그칠 수 있을까요? 생각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바라보고 바라보면 됩니다. 바람을 똑똑히 바라보면서 ‘너, 이제 그쳐!’ 하고 외칠 줄 알면 됩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들은 바람한테 말을 걸지 않아요. 바람이 와도 내다보지 않아요. 바람하고 놀려는 사람은 이제 찾아볼 수 없어요. 바람이 반갑지 않으면 바람더러 얼른 지나가라고 말하면 될 텐데,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꽁꽁 틀어박히기만 해요.


  바람은 사람들이 서운합니다. 바람은 사람들더러 좀 밖으로 나와서 저랑 놀거나 말 좀 하자고 부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바람과 마주할 생각을 안 해요. 그저 기다리기만 하지요. 바람이 제풀에 지쳐서 돌아가기를 기다려요.


  ‘어른’이 된 거의 모든 도시사람은 이렇게 ‘바람이 제풀에 지쳐 떠나기’를 기다립니다. ‘아이’는 아직 어른이 아니기에, 바람이 떠나기를 기다리지 않기도 하고,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처럼 생각으로 씩씩하게 맞서기도 합니다.


  아무튼, 바람하고 놀면 재미있습니다. 바람은 개구쟁이라서 우리 몸을 하늘에 붕 띄워 주면서 아주 홀가분하게 이리저리 나들이를 시켜 주거든요. 4348.4.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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