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에 아픈 사람 (신현림) 민음사 펴냄, 2004.7.10.



  신현림 아주머니가 쓴 시가 여러모로 내 마음을 끈다. 왜 그러할까? 아주머니이기 때문일까? 씩씩하게 살려고 늘 다짐하는 이야기를 글이나 사진으로 빚으나, 곰곰이 들여다보면 ‘씩씩하지 못하기에 스스로 씩씩하겠노라’ 외치는 글이나 사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일까? 《해질녘에 아픈 사람》이라는 시집에서는 ‘대놓고’ 말한다. 아프다고 대놓고 말한다. 참으로 아프기에 대놓고 말한달 수 있는데, 곰곰이 시를 읽으니, 아픔 따위는 없어서 아프다고 말할 수 있다. 몹시 아프고 무시무시하도록 아프지만, 아픔 한복판에 서니 마치 거센 비바람 한복판에 있듯이 고요하기에 이렇게 시를 쓸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아픈 사람은 아픈 이웃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받아들인다. 기쁜 사람은 기쁜 이웃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받아들인다. 그러면, 아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은 사람은 어떠할까? 아픈 사람은 ‘아프다는 느낌과 삶’으로 아픔을 받아들이고, 기쁜 사람은 ‘기쁘다는 느낌과 삶’으로 기쁨을 받아들일 텐데, 아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은 사람은 ‘생각’으로 아픔이나 기쁨을 받아들일까? 아파 보지 않고 시를 쓸 수 없다고 말해도 될 텐데, 왜 그러한가 하면, 아이로 태어나 보지 않았으면 아이 이야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 보지 않았으면 어른 이야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나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바나나를 이야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바나나가 어떤 열매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다. 갯기름나물이라는 풀을 한 번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사람은 이 나물맛을 알아들을 수 없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그렇지. 4348.4.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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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에 아픈 사람
신현림 지음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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