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88] 노는 집

― 삶을 밝히는 놀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놉니다. 아이도 어른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놉니다. 저마다 스스로 가장 하고픈 놀이를 찾아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놉니다.


  우리 몸짓은 모두 놀이입니다. 잠을 자도 놀이입니다. 촛불을 가만히 바라보아도 놀이요, 똥이나 오줌을 누어도 놀이입니다. 밥상맡에서도 놀이입니다. 밥을 짓거나 설거지를 할 적에도 놀이입니다. 이야기를 나눌 적이든 책을 읽을 적이든 모두 놀이입니다. 밭에서 풀을 뜯어도 놀이요, 자전거를 몰 적에도 놀이입니다. 비질을 하거나 걸레질을 할 적에도 늘 놀이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합니다. 아이도 어른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합니다. 저마다 제 삶을 밝힐 일을 찾아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일합니다.


  스스로 가장 기쁜 일을 하면 쉴 까닭이 없습니다. 스스로 가장 기쁜 일을 하기에, ‘쉬자’는 생각이 아니라 ‘일하자’는 생각이 되어, 늘 웃고 노래하면서 춤출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나는 밥을 짓는 부엌에서 춤을 춥니다. 밥냄비에 불을 넣고 나서 춤을 추고, 밥상에 밥과 국을 그릇에 담아 올린 뒤에 춤을 춥니다. 아이들을 부르면서 춤을 추고,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하기 앞서 춤을 춥니다.


  시골집은 아래층이나 위층이 없으니 마음껏 춤을 춥니다. 신나게 발을 구릅니다. 마당에서도 발을 구릅니다. 하하 웃고 목청껏 노래합니다. 도시에 있는 이웃도 누구나 늘 춤을 추고 목청껏 노래할 수 있으면, 일과 놀이는 늘 하나이면서 아름다운 하루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4348.4.2.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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